성공적인 Series A 펀딩 준비하기
부모의 자녀교육 투자에 비유한 스타트업의 펀딩. Seed, Pre-A 펀딩은 정량평가보다 투자자가 보는 미래 가능성이 더 중요하지만 Series A 부터는 매출, 사용자 숫자 등 정량지표가 더 중요하다. 성적이 별로일때는 왜 더 잘할 수 있는지를 과거의 깨달음으로 설득해야 한다.
여러분의 스타트업이 창업 후 1-3년 동안 총 50억 미만의 VC 투자를 받았고 계속 성장 중이라고 하자. 마지막 펀딩은 Seed 또는 Pre-Series A였을 것이고 조만간 50-100억 정도의 Series A를 계획할 것이다(A가 아니라 B일수도 있지만 라운드 이름은 규칙이 아닌 그때그때 선택의 문제이므로 신경쓰지 말자.). 어떤 시각에서 접근해야 성공적인 Series A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까?
나는 VC가 스타트업을 보는 시각을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 자주 비유한다. 부모의 목표가 자녀를 명문대 입학시키는 것이라고 가정하자(내가 동의하는 목표는 아니지만 현실에 가깝다.).
유아기에는 아이가 빠르게 발달하기 때문에 '우리 아이는 똑똑해. 계산을 잘하니까 과학쪽에 재주가 있겠는걸? 엔지니어로 키워볼까'처럼 생각하고 아이 교육에 투자한다. 이 무렵에는 모든 아이가 천재처럼 보이고 부모는 자신의 희망을 아이에게 투영한다. 스타트업에서는 엑셀러레이터나 시드 투자가 이 단계에 해당한다.
초등학교부터는 약간의 정량평가가 가능하지만 부모의 판단과 믿음도 필요하다. 초등학교 때 정량평가가 좋게 나오면(스타트업에서는 Early customer traction에 해당할 것이다.) 아이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교육비 투자를 늘릴 것이다. 순탄한 Pre-Series A 투자가 여기에 해당된다. 정량평가가 별로라도 부모가 생각할때 좋은 기질(attributes)이 보인다면 '머리는 좋은데 아직 어려서 그런가보다. 중학교 가면 잘할거야'처럼 생각하고 계속 투자할 수도 있다. 브릿지 펀딩이나 2번째 시드 펀딩 격이다.
중학생이 되면 성적표가 부모의 믿음보다 중요해진다. 초등학교까지 신동이라고 생각한 아이가 중학교 가서도 성적이 별로면 '내가 잘못 봤나?' 의심이 생기고 사교육에 계속 투자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게 된다. 여기부터는 정성보다 정량적 성과가 더 중요하다. 중학교 성적이 탁월하면 '얘는 학교공부에 재주가 있네' 생각하고 확실히 밀어주게 된다. Series A는 이 단계로 볼 수 있다.
Series B 부터는 고등학교 이후에 해당한다. '애가 머리는 좋은데...' 가지고는 투자하지 않는다. 그간 쌓인 정량평가 결과치가 많기 때문에 큰 샘플 사이즈를 무시하고 직관에 따르기는 쉽지 않다. 중간에 매출이 부진한 기간이 있는 회사처럼 한때 삐끗할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추세는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야 한다.
육아에 대한 비유를 길게 한 것은 창업자 스스로 자기 회사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정확히 인식하고 펀딩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해서이다. 첫째, Series A 펀딩에서는 꿈과 비전, 시장이 크다는 전망만으로는 부족하다. 매출이든 사용자 숫자든 핵심 지표의 성적표를 보여줘야 한다. B2B SaaS 회사라면 유료 고객 증가와 높은 engagement로 어필해야한다. 무료인 서비스를 가지고 '이 무료고객 중 10%만 유료전환돼도 대박이다'같은 희망 섞인 피치는 Series A 기업엔 맞지 않는다. 이커머스 회사라면 거래액(GMV) 증가와 재구매율(고객충성도)로 가능성을 말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VC는 규모는 작더라도 반복가능한 revenue model이 증명됐다는 믿음, 자기가 투자하는 자금이 PMF 찾기가 아니라 고속 성장에 쓰이기를 원한다. 펀딩을 잘하려면 라운드마다 VC가 기대하는 '정성:정량'의 비율을 알고 게임에 들어가야 한다. Series A부터는 정량 평가의 비중이 높아진다.
둘째, 성장 그래프의 기울기는 절대값만큼, 또는 절대값보다 더 중요해진다. 누군가 30세에 자산 10억을 가졌다면 '젊어서 부자가 됐네. 능력있는 사람인가보다' 생각하지만 50세라면 '그 나이면 다들 그 정도는 있지 않아?' 생각할 것이다. 금액이 같아도 얼마나 빨리 달성했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것이다. 스타트업도 회사의 성장세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그에 따른 스토리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면 그 성장세를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지에 집중하면 된다. 성장 그래프가 선형이고 기울기도 가파르지 않다면 '시장이 크다는 증거는 찾았다. 지금까지 얻은 교훈으로 X,Y,Z를 한다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좋다. VC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시장이 없는 것이고 평범한 실적은 창업팀의 능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그때까지 얻은 교훈과 데이터로 현재의 느린 성장을 exponential한 성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스토리를 풀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성적이 나빠졌는데 원인을 알았으니 저런 방법으로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학생은 희망을 주지만 '지금 이 성적도 나쁜 것이 아니다.'고 주장하면 신뢰가 낮아진다. 냉정한 자기 인식(Self awareness)은 개인에게도 회사에게도 중요한 덕목이다.
셋째, 정량 평가가 우선되긴 해도 창업자에 대한 평가는 Series A 단계에도 중요하다. '매출이 이렇게 성장하고 있으니 이 사업은 무조건 성공한다'는 주장은 회사가 한참 더 성장해야 설득력이 있다. Series A 기업은 헛발질 한두번이면 망할 수도 있다는 걸 VC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으므로 지금까지 순항했더라도 배의 선장이 능력이 있는지, 앞으로 닥쳐올 폭풍우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여러 각도에서 판단하게 된다. 정량을 우선 보지만 정성도 중요한 것이다.
어찌보면 Series A가 가장 어려운 펀딩일지도 모른다. 시드부터 Pre-A까지는 성적표보다는 잠재력과 비전으로 투자자를 설득한다. 믿음이 중요한 시기이다. Series B 이후에는 성적표에 따라 우열이 정해지므로 창업자도 '내 성적이면 이 정도 학교가 적당해'처럼 결과를 수용한다. Series A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단계이다.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 지표(매출, 사용자 수 뭐든간에 회사의 평가 기준이 되는 지표)가 나오는 회사라면 투자자들이 줄을 설테니 Series A를 빨리, 높은 밸류에이션에 받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스타트업의 성과는 그렇게 압도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창업자는 평범한 정량적 성과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겠지만 VC들은 '이 정도 지표가 시장과 창업팀의 능력을 증명한 것일까?' 고민하게 된다. 희망만으로 투자하기에는 B- 성적표가 맘에 걸리는 것이다. Series A 펀딩을 준비한다면 회사의 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이거 봐라. 이 정도면 충분히 증명됐지?'처럼 실적으로 결판을 낼지 실적과 꿈을 믹스해서 현실 성과보다 비전으로 설득할지 게임플랜을 정하길 권한다.
다수는 아니지만 Series A 이후 펀딩을 미국에서 받고 싶은 스타트업도 있을 것이다. 그 주제로 영상을 찍어놨으니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