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추천]20 Minute VC: Dannie Herzberg-훌륭한 세일즈팀을 빌딩하려면?
Product/Engineering 출신 창업자가 좋은 sales 팀을 빌딩하는 방법. 세일즈 임원을 인터뷰하는 방법, CRO는 언제쯤 뽑을지, 내부에서 승진시킬지 외부에서 영입할지 등 스타트업 성장 과정에서 세일즈팀을 빌딩하는 방법에 대해 Dannie Herzberg 본인 경험을 이야기하는 팟캐스트.
Twenty Minute VC(20VC)는 즐겨듣는 팟캐스트로 진행자 Harry Stebbings라는 사람이 VC, 유명 창업자 등 스타트업 업계 주요 인물을 인터뷰하는 실리콘밸리 인기 팟캐스트인데 최근 울림이 있는 게 있었다. Sequoia Capital 파트너인 Dannie Herzberg가 세일즈팀 빌딩방법을 얘기하는 에피소드이다. Herzberg는 U-Penn, Stanford GSB에서 공부하고 Hubspot, Slack을 거쳐 Sequoia Capital 파트너까지 된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라 당연할 수도 있지만 인터뷰 내용이 굉장히 좋았다. PLG(Product-Led-Growth) 중심의 이야기지만 모든 창업자가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이다. 나 자신이 세일즈보다 Product & Engineering 쪽이 편한 창업자였기 때문에 더 마음에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나처럼 Sales DNA가 없다고 느끼는 창업자라면 에피소드 전체를 들어보실 것을 권한다. 말 속도가 빠르지만 딕션이 좋으니 속도를 늦춰 들으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과 이유를 적어본다.
먼저, Herzberg가 초기 Hubspot(지금은 넘사벽인 회사들도 한때는 초기 기업이었다. 여러분 회사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세일즈팀에 조인할 때 이야기. 갓 대학 졸업한 초짜였던 그녀는 당시 지원한 포지션이 마음에 들어 공짜로라도 일하고 싶었지만 세일즈 경험이 전무한 상태였다. 그런데 Hubspot CEO(현 Chairman)가 인터뷰에서 '웨이트리스 일을 마스터했다면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세일즈도 할 수 있을거다'며 뽑았다고 한다. Herzberg가 성공한 사실을 아는 지금은 '그게 뭐 어려운 일인가? 당시에도 똑똑해 보였으니 뽑았겠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유경험자 후보가 그득한데 학부 갓 졸업한 무경험자를 뽑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 사업과 무관한 경력의 창업자에 투자할 때 VC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 'A 회사에서 해당 업무를 했으니 이 정도는 알겠지'같은 객관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투자 결정이 VC의 Intuition에 의존하게 되고 판단은 오롯이 본인 몫이 된다. 업계 경력이 있으면 '누구라도 이 정도 사람에겐 투자했을거야'처럼 위안 삼을 구석이 생기는데 말이다. '관상 보는 거냐', '사람의 내실과 허세/연기를 어떻게 구분하냐' 궁금해 하실 수 있는데, 자기 일이나 취미에 오랫동안 기울인 열정이나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느껴지는 어떤 기운(영어로 말하면 'It' Factor일 것이다)이 있다. 이전 직장 경력이 relevant해도 그냥 월급 받으러 회사 다닌 사람이 있고 본인 직업은 아니었지만 어떤 문제나 현상에 몰입해서 오래 조사하고 고민한 사람이 있다. 투자자는 전자와 후자를 구분하려 노력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지만 자꾸 하다보면 나만의 어떤 관(觀)이 생긴다. 경험많은 임원이 입사 면접에서 준비한 모범답안을 외워서 말하는 지원자와 자기 생각을 말하는 지원자를 구분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짧은 IR(콩글리시지만 정착되었으므로 그냥 사용한다. 미국 오시면 pitch라고 하시라.)에서 그걸 파악하시는 어려우므로 내 due diligence의 70% 이상은 창업자와 대화하는 것이다. 사업에 대한 질문도 결국은 창업자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목적이 된다.
두번째 공감한 부분은 여기였다. 기억대로 적은 거라 실제 워딩은 다를수도 있다.
- Harry: Sales Playbook을 회사가 먼저 만든 후 Sales head를 영입하는 게 좋은가 아니면 Sales head를 영입해서 그 사람이 playbook을 만들어야 할까?
- Dannie: 세일즈 시작은 제품을 만든 대표가 해야 한다. 대표 스스로 영업하면서 실제 고객을 유치하다보면 고객의 니즈와 시장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이해 기반으로 Sales head를 뽑으면 그 사람의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다.
나는 초기 스타트업은 대표가 아는 만큼만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모든 일을 대표가 하라는 말이 아니다. 누구를 뽑아 일을 시키더라도 그 업무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좋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고 뽑고 나서 잘 지원할 수 있다. 백종원 브랜드 식당에서 백종원 씨 본인이 요리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을 시키더라도 주인의 전문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주인은 1도 모르는데 지배인과 주방장이 알아서 성공시키는 음식점은 없다. 나 없이도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먼저 내가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펀딩받으면 Sales VP를 뽑을 거예요'는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데 귀인이 나타나 세일즈를 키워주는 만능의 해결책은 없다. 대표 스스로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좋은 Sales VP도 뽑을 수 있다. 세일즈 뿐 아니라 모든 영역이 그렇다.
세번째는 내가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 평가하는 방법과 비슷해서 인상깊었다.
- Harry: Sales VP를 뽑을 때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하고 어디에 집중하는가?
- Dannie: Sales VP 후보는 자신을 잘 '파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우리 Sales VP라면 우리 제품을 어떻게 파시겠어요?'같은 질문은 준비된 답변을 이끌어 낼뿐 사람의 내면을 알기는 어렵다. 우리는 원하는 기질/특성(attributes)를 정하고 그 기질을 파악하기 위한 점수표(scorecard)를 만들어 인터뷰했다.
- Harry: 사람의 기질은 어떤 질문으로 파악할 수 있는가?
- Dannie: 후보가 복잡한(complex) 제품을 팔 수 있는 사람인지 궁금하다면 '요즘 관심있게 보는 서비스는 무엇인가요? 왜 관심이 있나요?'처럼 미리 준비한 각본으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복잡한 제품에 관심이 있는지, 업계 돌아가는 상황에 빠삭한지, 생각의 깊이는 어떤지, 독서 등 정보 습득이 습관화된 사람인지 등등을 보는 것이다.
내가 주로 투자하는 (극)초기 스타트업은 제품이 없는 경우도 많고 시장도 불분명하다. 피벗도 흔하므로 제품에 대한 확신으로 투자하기는 어렵다. 판단할 게 창업자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이 팟캐스트에서 Dannie Herzberg가 말한 방법, 사업 자체의 micro 아이템이 아닌 다른 방식의 대화로 창업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 어떤 특성(attributes)를 찾냐고? 내 나름의 기준을 정리한 게 있긴 하다. 우리 펀드 제안서 보신 LP 분들은 아실 텐데 ㅎㅎ. 모든 기준이 그렇듯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나나 우리 회사가 어떤 창업자와 함께 일하고 싶은지를 정해 놓아야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투자하지 않을 수 있다. 혹시 내게 pitch 하셨는데 사업과 먼 질문을 던져 '이 자식 뭐야? 이해하는 거 맞아?' 생각하신 창업자가 계시다면 양해 부탁드린다. 내용을 이해 못한 바보였을수도 있지만(나 스스로 종종 바보라고 느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여러분을 파악하고 싶어 가드를 내리고 대화하는 수단으로 관련 없어 보이는 질문을 던졌을 수도 있다. 사람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에는 세상 모든 일이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품 개발하느라 수고 많으셨지만 결국은 팔아야 한다. 요즘 창업자들은 product/engineering 분야 출신이 많기 때문에(실리콘밸리가 특히 그렇다.) Sales 쪽 전략 수립이나 인재 채용에 문외한인 경우가 흔하다. 나도 그랬으니까. 이 팟캐스트 들어보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Spotify 링크는 아래에 있고 혹시 플레이가 안되시면 Twenty Minute VC 페이지에서 들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