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Pitch(IR)에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

스타트업 펀딩 Pitch(IR)은 논문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이다. 나만의 스토리 전개방식은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명확할때 가능하다. 정해진 구조에 신경쓰기보다는 내 꿈과 비전이 잘 전달될 수 있는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 Pitch(IR)에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
Nancy Duarte의 책 Resonate에서 강조하는 스토리텔링의 기본. What could be와 What is를 교차시킴으로써 현실과 이상의 contrast를 만들고 내 솔루션이 what could be를 실현할 수 있음으로 결론내라고 한다.


어제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인 창업자 한 분과 점심을 먹었다. 교포 1.5세(어릴 때 이민온 경우)로 Series A까지 누적 $20M 이상 미국 VC로부터 펀딩받는 등 잘 하고 있는 창업자이다. 대화 중에 실리콘밸리 한인 창업자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Rising하는 한인 창업자 그룹에 대한 기대감, 한국인의 우수성 대비 창업이 적은 거 아니냐 등등에 대해 갑론을박했는데(Agree to disagree는 서양식 토론에서 중요한 덕목이다. 우리는 의견의 다름을 personal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의견일치를 본 것 중 하나가 '한국(인) 창업자들이 본인과 회사의 내실을 충분히 어필하는 스토리텔링 능력을 키웠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 창업자는 '미국 VC에게 펀딩받은 경험으로 다른 한인 창업자들의 스토리텔링을 도와주고 싶다. 트랜스링크 포트폴리오 중 도움이 필요한 회사가 있으면 주저말고 소개해 달라.'고 고마운 오퍼를 했다. 다른 창업자들과 이야기하면서 미흡하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스토리텔링'을 본질이 아닌 말주변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삐까번쩍한 포장보다 내실이 중요하다는 사고방식이다. 내실이 중요한 건 맞는데 문제는 나의 내실을 사람들이 어떻게 알아주느냐이다. '우리 제품은 워낙 좋으니 대충 포장해도 사람들이 다 살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충성도 높은 브랜드 Apple은 포장도 세계에서 제일 잘한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대단한 사업을 하고 있어도 잘 정리해서 관심 가도록 말하지 않으면 밖에서 알기 어렵다. 없는 걸 만들어내서 뻥을 치라는 얘기가 아니다. 내실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사업 초기에는 내 꿈과 비전을 담보로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밖에 없다. '인류를 화성에 보내기 위한 로켓을 만들겠다'는 황당한(?) 계획으로 펀딩받은 사람도 있지 않은가? 지금 대단하게 증명된 회사도 성과로 증명하기 전까지는 스토리텔링으로 다른 사람들이 내 비전에 동조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Pitch deck 만들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내 이야기에 나 스스로 납득이 안되다보니 고치고 또 고치고 하면서 오랜 시간을 들였고, 그래도 100% 만족한 경우가 없었다. Presentation skill에 대한 고가의 워크샵에 참석하기도 하고(아래 사진에 나오는 Duarte Academy였다.) Udemy 강좌도 여러개 들었다. 스토리에 자신이 없다보니 장표 디자인으로 커버하려고 여러 template이나 software tool도 구매해서 써보았다.

Nancy Duarte. 책 'Resonate'의 저자로 유명한 presentation skill guru로 Salesforce CEO의 발표자료를 수십만불 받고 만들어주곤 했다고 한다. Duarte 아카데미에서 여는 workshop 가격이 10년전쯤 $2,000이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은 온라인 강좌가 그 정도 가격이더라. 비싸지만 도움은 됐다.

나 자신의 struggle을 통해 깨달은 것 중 첫번째는 말하고 싶은 내용이 내 머릿속에 잘 정리되어 있어야만 좋은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장표의 아름다움은 부수적인 것이다. 나 스스로 갸우뚱한다면 presentation skill이 아니라 비전과 계획이 내 머릿속에서 clear한지 살펴봐야 한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왜 이 방향으로 가는지 명쾌하지 않은데 남에게 잘 설명할수는 없다. 블로그 다른 글에서 언급한 가수 한대수 씨 말처럼 말하고 싶은 이야기만 있으면 2-3개 코드만으로도 명곡을 만들 수 있다.

두번째 깨달음은 스토리텔링에는 정해진 규칙이 없다는 것이다. 소설이나 영화와 비슷하다. 소설을 시간순으로 쓸 수도 있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복잡한 구조로 쓸 수도 있다. Memento같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여러 작품은 시간을 가지고 노는 그의 재능을 반영한 것으로 아무나 따라할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내 스토리는 나라는 사람의 반영이고 스토리 형식도 나다움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상단 이미지에 나오는 Duarte Academy의 강조점, 'what is와 what could be를 계속 비교해서 내 결론을 이상적으로 만들라'는 프레임도 참고는 됐지만 기계적으로 적용할수는 없었다. 어떤 방법론이든 기계적 적용은 어색한 presentation을 만들더라는게 내 경험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스토리텔링은 듣는 사람 입장(스타트업에게는 VC가 될 것이다.)에서 생각해야 한다. 내가 하고싶은 말보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게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 청중이 내 전문분야에 문외한인데 복잡한 용어를 써가며 이야기하는 것은 자기를 위한 스토리텔링이다. 시장이 크다는 것만 여러 장표로 강조하는 창업자를 만나면 '시장 큰 건 경쟁사에도 마찬가지 아닌가?' 생각이 들고 경쟁사를 폄하하는 듯한 말을 들으면 '그럼 그 회사 대표나 거기 투자한 VC들은 바보일까? 뭔가 봤으니 투자했을텐데.'같은 생각이 든다. 듣는 사람이 궁금한 이야기를 제때 해주는 것이 좋다.

스토리텔링 능력은 우리가 받는 교육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미국 학교는 발표도 많이 시키고 초등학교 때부터 스스로 논리를 만들어서 주장하는 프로젝트를 시킨다. 수준이 낮으면 낮은대로 높으면 높은대로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답이 정해진 문제를 푸는 것만으로는 상상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이 발달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얼마전 내 유튜브 채널에 내가 자주 느끼는 한국 스타트업 피치 개선점에 대해 올린 영상이 있다. 이 글에서는 일부러 그 영상에서 말하지 않은 내용들 위주로 썼으니 아래 영상도 같이 보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스토리텔링은 여러분 나름의 스타일로 해야 하니 참고만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