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과장? 스타트업 홍보와 내실의 격차에 대한 생각
창업자와 회사의 소셜미디어 포스트만 보면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는 것 같지만 투자검토하면서 내용을 들여다보면 매출이 아주 작은 경우가 있다. '이 정도 활발히 홍보하는 걸 보면 2-30억 매출은 되겠지' 생각했는데 1억 미만인 경우도 있다. 그런 회사와 창업자의 홍보는 정량적인 결과가 아닌 대기업과의 제휴(내용은 밖에서는 모른다.)나 전시회에서의 인기 또는 성공적인 펀딩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 Misleading할지 몰라도 Lie는 아닌, 아슬아슬한 선을 잘 유지한다.
실적 없이 홍보하는 것도 능력이다. '저 회사 엄청 잘 되나봐'고 생각하게 만들고 더 늦기 전에 투자해야 할 것 같은 bandwagon effect나 FOMO를 유발하는 착시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뭘하든 도움이 된다.
개인이든 회사든 실제 내실(substance)과 외부에 비쳐지는 모습(appearance)이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는 없고 양쪽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상장 기업의 주가와 내실의 관계같은 것이다. '외양>내실'이라면 창업자가 스토리와 비전을 팔아야 한다. 이때는 스토리텔링 능력, likeability, 카리스마가 중요하다. '내실>외양'이라면 조용히 있어도 투자자나 제휴상대가 알아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후자가 이상적이지만 거기 도달하려면 전자를 거쳐야 한다. 불가능을 가능케 만드는 스타트업은 어느 포인트에서든 창업자의 셀링이 들어갈수밖에 없다.
세상 일은 일은 끝(終)이 시작(始)을 규정한다. 잘되면 충신이고 실패하면 역적인 것이다. '외양>내실'인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창업자의 최종 평가는 대단한 수완가이거나 사기꾼이 되기 쉽다. 테슬라가 몇번의 위기를 못 넘기고 망했다면 일론도 사기꾼 대접을 받았을지 모른다. 극복한 사람은 비저너리가 되고 본인이 과장한 외양에 맞는 내실을 만들지 못하면 사기꾼이 된다. 스타트업 창업자는 항상 두가지의 중간에서 고민하면서 살아간다. 분명한 것은 세상이 그렇게 녹록치 않으며 영원이 내실 없는 화려한 외양을 유지하는 방법은 없다.
실제보다 과장된 인상을 주는 대표들은 그런 홍보가 회사 인지도를 높이고 영업과 펀딩에 도움된다고 한다. 본인이 과장 쟁이가 아니라 회사에 도움이 되므로 어쩔 수 없이 한다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되는 얘기지만 같은 내용을 홍보해도 misleading하지 않은 컨텐트를 쓰는 회사도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른게 언어이므로 착시를 불러일으킬 의도성 또는 본인 Ego의 작용이 없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모든 스타트업의 성공을 바라는 나는 지금 봤을때 외양이 내실을 앞서가는 회사도 시간이 지나 외양보다 더 큰 내실을 만들기를 바란다. 하지만, 내가 투자할 것이냐 물으면 과장하는 경향이 있는 창업자에게 투자는 하지 않는다. 내 협소한 프레임에서 보면 misleading한 언어 사용은 오랜 시간에 걸친 습관인 경우가 많고 ego 또는 열등감도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Integrity 문제에 가깝고 그런 창업자에게 투자하면 이후 회사 상황을 파악하는데 과도한 노력이 들어간다고 생각해서다.
세상에 선악 또는 옳고 그름을 깔끔하게 나눌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다른 생각에 대한 가치평가는 위험하고 내가 컨트롤할수있는 요소들을 컨트롤하는게 현실적인 방법이다. 과장하는 창업자에게 투자를 꺼리는 것은 내 투자 프레임일뿐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 철학은 아닐지도 모른다. 아마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 철학을 유지할 것인가 그때그때 바꿀 것인가 물어본다면 나는 열이면 열 전자를 택한다. 일정한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 기간을 무한정 늘릴때 anti-fragile한 전략이라고 생각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