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법인 설립하고 금융거래 하기 위한 방법들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할때의 첫 단계인 법인설립과 은행계좌 개설 방법, 그리고 미국 진출에서 한국을 활용하는 것과 철저한 현지화에 대한 생각

미국에 법인 설립하고 금융거래 하기 위한 방법들
Doola introduced first-ever Doola money

제가 트랜스링크에서 2020년 투자한 미국 포트폴리오 Doola가 해외 기업이 미국 현지에 오지 않고 금융거래가 가능하게 도와주는 Doola Money 서비스를 오늘 launch했습니다(링크). 미국에 사는 저같은 사람은 쓸 일이 없는 서비스라 같은 목적의 온라인 서비스 중 가장 좋은지 어떤지는 모릅니다만, 대표가 회사 설립 후 첫 투자한 VC인 제게 '최초'라고 하면 믿어줘야겠지요. 자세한 설명은 여기 튜토리얼 비디오 보시면 됩니다.

Doola Money introduction



투자기업 홍보한 김에 한국 기업이 미국에 법인 설립할 때 어떤 방법이 좋은가에 대한 제 생각을 말해보겠습니다. 과거에는 현지에 직접 와서 모든 걸 해결해야 했는데 지난 10년간 새로운 옵션들이 생겼습니다. 변호사, 회계사 등 전통적으로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법인설립의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는 작년 아산나눔재단과 함께 만든 미국진출플레이북(신청링크)에 정리해 놓았습니다.

저는 가장 로컬한 방법으로 해보시길 권하는 편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법인설립이나 은행계좌 개설은 미국에서 사업하는데 있어 가장 단순하고 쉬운 일입니다(데모데이 유튜브 영상). 정말 힘든 건 사업 그 자체죠. 첫 스텝부터 한국어로 의사소통가능한 사람들과만 일해야 편하다면 미국에서 사업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comfort zone을 벗어나 불편함을 감수할 자세가 되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20년 살았어도 병원, 세무, 법률 서비스를 한국어 가능한 분들만 찾는 교포들이 계십니다. 미국 주요 도시에는 그게 가능할 정도의 한국계 서비스 provider가 있고요. 본인이 편한 서비스 프로바이더를 선택하는 것이므로 제가 외식할 때 한국 식당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제대로 사업을 해보고 싶은 창업자라면 힘들어도 가장 로컬한 지점에서 시작하는게 롱텀으로 약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인구에서 한국계의 비중은 약 0.5% 정도 되고 아시안이 많은 실리콘밸리에도 3%가 안됩니다. 그 안에서 우리가 찾는 리소스가 미국에서 최선일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당장 한국어로 하면 쉽지만 결과적으로는 나의 현지 적응을 늦춰서 목표까지 멀리 돌아가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어차피 현지화하고 몸으로 부딪힐거면 처음부터 그렇게 하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을 돕는 것을 사업의 중요 축으로 하는 법무법인, 엑셀러레이터 하시는 분들이 한국/미국 양쪽에 많이 계시고 '한국인끼리 서로 도와 미국에서 성공하자'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보니 '힘들더라도 시작부터 철저히 현지화해야한다'는 제 의견은 인기없는 발언일 겁니다. 작년 CES에서 중기부 장관님과 간담회 때 장관님이 'K-startup을 해외에 수출해야 한다'고 하시길래 '소리소문없이 와서 사업을 잘하면 되지 들어올때부터 K-xx 광고하고 들어오는 것은 미국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에게는 좋은 전략이 아니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제품/서비스가 되면 미국 언론이 알아서 K-xx로 이름붙여줄 것이다'고 답변했다가 분위기가 싸~해진 적이 있었습니다.

투자 대상이나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지에 대해 제가 가진 기준은 확실합니다. '가장 좋은 회사에 투자하고 가장 퀄리티와 효율이 좋은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스타트업 창업자가 한국계라면 제 투자가 더 의미있다고 생각하지만 국적을 보고 투자검토하지는 않습니다. 한국계든 화성계든 가장 잘 할 것 같은 회사에 투자합니다. 한국계 법무법인이 실리콘밸리 진출해서 확장하기를 응원하지만 제공하는 법률 서비스가 제 기준에 못 미치면 포트폴리오 기업에 권하지 않습니다. 실제 몇번 힘든 경험이 있었습니다.

21년동안 미국에서 살았지만 제 영어는 여전히 broken English이고 미국 음식을 여러날 계속 먹으면 매운 게 생각납니다. 주말에 집에서 아내와 한국어로 대화를 많이 하고 월요일 출근하면 영어 미팅에서 혀가 꼬였다가 화요일 쯤 되면 다시 부드러워집니다. 서른이 넘어 미국 온 제 내면의 Koreanness는 줄거나 지워지지 않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비한국적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려고 노력합니다. 보기 편한 한국 드라마를 잘 안 보는 이유는 한국어 컨텐트를 여러 시간 집중시청하면 제 뇌가 한국어 회로로 바뀌고 영어가 잘 안 들리는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성인이 돼서 영어권에 이민 온 사람의 비애입니다. 내 안의 한국적인 것을 자꾸 강화하는 방향으로 생활하는 것은 제 프로페셔널 경쟁력을 낮춘다고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미국적인 것에 더 노출되려고 노력합니다. 제 아이들처럼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다면 저도 그 반대로 노력했을 겁니다. 미국에서 자란 2세라면 제 안의 Americanness가 잘 안 지워지고 Koreanness를 계속 경험해야 균형이 맞을테니까요.

All that said, 한국에서 나고 자란 스타트업 창업자가 미국 진출할때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시작부터 철저히 현지화하는 길을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힘들어도 할 수 없지 않은가, 사업이 원래 그런 것인데 편하고 쉬운 길이 있겠는가, 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