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밸레이더기고] 누구나 크리에이터 되는 세상… 벤처캐피탈도 뛰어든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서는 ‘천 명의 열성팬만 있으면 좋아하는 일을 생업으로 삼을 수 있다(It only takes 1000 true fans to make a living)’는 말이 있다. 100만명, 1000만명의 청중이 없어도 내 창작 활동에 월 1만원을 지불할 열성팬 1000명만 있으면 월 1000만원의 수입이 생기니 생업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밸레이더기고] 누구나 크리에이터 되는 세상… 벤처캐피탈도 뛰어든다

2021.06.07

본업 경쟁력 높이기 위해 콘텐츠 만드는 VC

기사출처: https://bit.ly/3FqBHTF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패션 이코노미라고도 한다) 시대가 왔다고 한다. ‘직업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고 좋아하는 건 취미로 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직업관과 달리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돈을 버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서는 ‘천 명의 열성팬만 있으면 좋아하는 일을 생업으로 삼을 수 있다(It only takes 1000 true fans to make a living)’는 말이 있다. 100만명, 1000만명의 청중이 없어도 내 창작 활동에 월 1만원을 지불할 열성팬 1000명만 있으면 월 1000만원의 수입이 생기니 생업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거대 미디어와 콘텐츠 배급망이 청중을 독점하던 시절에는 그 시스템의 좁은 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대중에게 알려질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지금은 게임의 방식이 달라졌다. 방송사 개그맨 시험을 통과하지 않아도 유튜브나 틱톡에서 인기 개그맨이 될 수 있다. 문예지를 통해 등단하지 않아도 웹소설 플랫폼에 글을 올려 작가가 될 수 있다.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취미로 쓰던 뉴스레터의 열성팬이 늘어나 글쓰기를 전업으로 삼은 사람도 있고, 트위치(Twitch) 같은 라이브 중계 플랫폼에서 게임 중계를 생업으로 삼는 사람도 많다.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에게 돈을 낼 수 있는 ‘패트리온(Patreon)’ 같은 펀딩 서비스도 등장했다. 지금은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낼 다양한 경로가 존재한다. 돈 내고 볼 만큼 양질의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가가 관건일 뿐이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디지털 창작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나스닥 상장 기업 엣시(Etsy)는 수공예품 같은 개인 아티스트의 창작품을 거래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다. 시가총액 22조원짜리 회사다. 엣시는 독특한 소량 다품종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아티스트와 연결해 줌으로써 따로 유통망을 뚫지 않고도 창작품을 판매할 수 있게 도와준다. 며칠 전 엣시가 1조 8000억원에 인수한 영국 스타트업 디팝(Depop)이나 국내 스타트업 아이디어스 등 비슷한 서비스가 나라마다 존재하는 것은 개성 있는 창작품에 대한 수요가 글로벌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들도 빠르게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뛰어들고 있다. 전통적인 벤처캐피탈은 대중과의 소통이 없는 커튼 뒤의 존재에 가까웠다. 하지만 벤처투자 시장의 자본규모가 커지고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경쟁이 심해지면서 벤처캐피탈도 콘텐츠를 만들고 스타트업을 설득하는 시대가 됐다. 벤처캐피탈 자체 브랜드를 관리하고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왜 우리 투자를 받는 게 좋은가”라고 설득하며 잘 보여야 하는 것이다.

이 추세의 선봉에 선 곳이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탈인 ‘a16z(앤드리슨 호로위츠)’이다. a16z는 인터넷 브라우저 넷스케이프를 만들었던 마크 앤드리슨이 설립한 벤처캐피탈로 출범 초기부터 ‘창업자를 위한 벤처캐피탈’을 표방했다. a16z는 팟캐스트, 뉴스레터, 분야별 산업 리포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양산하는데, 수준 높은 콘텐츠가 가득해 필자도 a16z의 팟캐스트를 즐겨 듣는다. 올해 초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디오 기반 소셜네트워킹 서비스 클럽하우스도 a16z가 투자한 회사다.

a16z 외에도 실리콘밸리에는 다양한 정보를 생산하는 벤처캐피탈과 창업자들이 즐비하고, 이들은 ‘이렇게 좋은 내용을 공짜로 봐도 될까?’ 싶을 만큼 도움되는 콘텐츠를 많이 만든다. 이들에겐 창작이 생업은 아니지만 본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중요하기 때문에 꾸준한 노력을 들여 이러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a16z에서 나와 초기 단계 벤처캐피탈인 아틀리에 벤처스를 창업한 리 진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신봉자 중 한명이다. 그녀는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모두가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가 온다. 모든 직업이 크리에이터적인 요소를 포함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나 회사를 평가할 때 온라인에서 얻은 정보에 의존하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므로, 개인이나 회사가 영향력을 키우고 싶다면 온라인에서 보이는 모습과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탄생한 인플루언서는 비교적 단순한 수익모델에 기반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시작이었다. 앞으로는 본업이든 부업이든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나타나 우리의 문화생활이나 자기계발에 더 풍성한 정보와 많은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