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자랑이 없는 실리콘밸리?

전 타파스 창업자 김창원 대표(현 Saywise 창업자 겸 대표)의 LinkedIn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

I was chatting with someone recently, and one of our mutual connections came up -- an LA-based businessperson who recently had a big financial exit. | Chang Kim
I was chatting with someone recently, and one of our mutual connections came up -- an LA-based businessperson who recently had a big financial exit. I asked if he was still in touch with that person. He said not really, because “he’s in a different echelon now and hard to reach.” Even worse, he said this is a bit of an LA thing: there’s such a strong desire for upward mobility that once someone “makes it,” they typically start acting like they’ve outgrown their old circle and only want to hang out with people on the next social rung. Like everyone is playing some sort of social ladder game. I don't want to generalize - but if this was true, I think that’s super messed up. Coming from Silicon Valley, it's a culture shock too. Are people in Silicon Valley saints? No. Is there an invisible social hierarchy there? Of course. You and I are probably not grabbing lunch with Jensen Huang on a random Monday :) But I’ve seen so many ultra-successful people spend time with up-and-comers, not to try to look good but because they’re not jerks. If someone in Silicon Valley starts acting like they’re in a different league just because they made some money, they literally get laughed at. Again I don't think it's because people in Silicon Valley are somehow better but because they’ve seen the movie before. In the Bay Area, you meet so many unassuming, down-to-earth people who turn out to be early Google employees or unicorn founders. And they have a Stanford PhD too. Whatever the reason may be, the result is the same: in Silicon Valley, for the most part, people don’t pull d*ck moves like “I’m too good to hang out with you because I'm rich now." People just don't do that s*it. This is one of the things people in other parts of the world can learn from Silicon Valley. | 46 comments on LinkedIn

요약하면 'LA에서는 누군가 큰 부자가 되면 이전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과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 다른 리그에 올라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옛 친구들과의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다. 반면에 실리콘밸리는 큰 돈을 벌었어도 행동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 물론 젠슨 황, 마크 저커버크 수준으로 가면 달라질수밖에 없지만 자주 볼 수 있는 수백억대 부자가 됐다고 본인이 다른 리그에 속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무명인 사람과도 교류한다.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더 착해서가 아니라 돈 벌었다고 사람이 달라지는 건 바보 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창원 대표가 말한 문화가 실리콘밸리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엄청난 부자가 많은 동네지만 롤스로이스나 벤틀리는 서울 강남에 10배쯤 더 많다. 작년 압구정동 점심약속 장소에 발레파킹한 내 차 양 옆에 롤스로이스 SUV 두 대가 서 있는걸 봤다. 실리콘밸리에는 30-40만불 차 값 정도는 별 거 아닌 부자들이 많을텐데, 차로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것은 값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LA는 한국처럼 자동차로 부를 과시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실리콘밸리에서는 티를 내는 대신 속으로 '역시 나는 품격이 있어. 돈 많은 걸 드러내지 않으니까 말이야'처럼 생각한다고 나는 본다. 이것도 나름의 속물 근성이라고 생각하지만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SF Bay Area를 무대로 한 넷플릭스 코메디물의 대사는 이런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시니컬하게 표현한다. '홈리스 옷처럼 보이는 1천불짜리 티셔츠'라니, 재미있지 않은가? 나는 이 대목에서 무릎을 쳤다.

Netflix Show 'Always Be My Maybe'의 한 장면(1)
Netflix Show 'Always be my maybe'의 한 장면(2)

돈 많은 사람이 부자 티를 내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좋은 차로 과시하고 싶으면 비싼 차를 사는 것이고 누더기처럼 보이는 1천불짜리 티셔츠로 과시하고 싶으면 그런 옷을 입으면 된다. 1/1,000 정도 확률이긴 하지만 주변에서 수백억을 벌고도 소비성향이 전혀 달라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가 차원이 다른 부자가 되었다는 걸 내가 이미 아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어찌됐든 그 사람 선택이니 None of my business이다.

실리콘밸리와 다른 지역의 가장 큰 차이는 누구든지 억만장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 믿는 것이다. 한국에서 주변 친구가 몇년 뒤 수백억 부자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사례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물려받을 재산이 많은 부잣집 자식이나 신문에 나올 정도의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아니면 갑자기 수백억을 벌 가능성은 없다. 혹시 코인 대박이 나면 모를까. 반면, 실리콘밸리는 누가 언제 부자가 될지 모른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내 유튜브 영상에서 말했듯 Pay it forward의 밑바닥에도 그런 생각이 깔려있다.

실리콘밸리의 엑싯은 한국과 규모가 다르다. 1-2백억 짜리 엑싯은 뉴스 가치도 별로 없다. 구글, 애플같은 테크 대기업들은 1년에 평균 수십개의 기업을 인수하는데 대부분 들어본 적 없는 회사이고 금액도 공표되지 않는다. 30대 초반 창업자가 자기 회사를 구글에 200억에 팔아 100억 번 후 구글에 들어가 스톡옵션을 받는다고 생각해 보자. 한국 기준으로는 왠지 건물 사야 할 것 같지 않은가? 그런 일이 워낙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보니 지금 내가 상대방보다 돈이 많아도 역전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꺼진불도 다시보자'랄까?

며칠전 메타(페이스북)가 Scale AI 지분 49%를 $29B(40조) 가치에 투자(라고 쓰고 인수라고 읽는다)한다고 보도됐다. Scale AI 창업자 Alexander Wang은 97년생이니 28세이다. 서울에서 우리 회사에 인턴 지원하는 사람들 정도로 젊은 친구가 창업 9년만에 수십조원 부자가 된 것이다. 14조로 추정되는 이재용 회장 재산과 비교해 보시라.

2025.6.13 테크크런치 기사

한 지인이 지난 5월 Meta --> Scale AI로 이직할 대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메타를 떠나 Scale AI 갔는데 다시 메타로 돌아온 셈이니 웃픈 상황일 것 같아 연락해보니 '뜨악입니다, 진짜'라고 한다. 옮긴지 얼마 안돼 vested share는 없겠지만 결국 이 친구도 상당한 돈을 벌 것이다. 기업가치가 40조에 찍혔고, AI 분야에서 Scale AI는 필수불가결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는 사람들이 특별히 고결하거나 돈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누구나 벼락부자가 될 수 있어서 누구도 무시하지 않으려 하는, 그런 곳이다. 물론 여기도 jerks, racist가 있지만 그건 어느 사회든 마찬가지일테니 실리콘밸리만의 일은 아닐테고.